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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페셜

눈물.. 감동 다큐! '워낭소리'(Old Partner, 2008)

주인공 할아버지의 오래된 농사법처럼 없는 게 참말로 많다. 영화 '워낭소리' 는 여타 다큐멘터리들이 흔하게 내세우는 내레이션이 없고, 화끈한 사건도, 화제를 모을만한 정치적인 수사조차 전무하다. 예쁜 얼굴의 젊은이는커녕 꼬부랑 노인 두 명과 소 한 마리가 나올 뿐이다.

소에게 사료보다 꼴을 베어 먹이고, 기계가 아닌 낫으로 벼를 베고, 땅에 농약을 안친다는 것은 세상의 속도와 타협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삶의 방식이자 태도를 보여준다. 이 없음과 느림이야 말로 '워낭소리' 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저력으로 속도전의 세상과 비교되며 잔잔한 웃음과 여운을 준다.


 


감동 다큐! '워낭소리'(Old Partner, 2008)

영화는 이제 일 년 정도 살겠다고, 소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데서 출발한다. 소와 할아버지는 하루를 천년처럼 살아내며 서로를 보듬는다. 그 와중에도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한다. 세상의 변화가 빠를 수록 그들만의 시간은 더욱 애틋하다.

소의 눈을 본 적 있는가. 아니, 마흔 살 먹은 소의 눈을 본 적 있는가. 영화는 소의 눈을 자주 비춘다. 이미 총명함을 잃고 늘 충혈되어 있는 소의 눈은 할아버지의 눈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총명함은 더 이상 세상을 향해 비추지 않고 안으로 깊어진 까닭이다. 소가 먹고 죽을까봐 밭에 농약을 치지 않는 할아버지의 논에는 온갖 작은 생물들이 살고, 땅의 생명은 깊이를 갖는다.




혹시라도 소가 먹을까, 독한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할아버지의 마음...  한평생 신세한탄을 하면서도 아픈 할아버지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는 할머니의 마음...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다리를 끌며 땔감을 옮기는 소의 마음... 그리고 함께 걷는 자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려는 마음...
이 모든 것이 굳이 잠자리 날고 개구리 우는 그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걸 사실 우리는 너무 잘 알기에, 울컥 잠시 숙연해지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건지 모른다.

겨우내 때고도 남을 땔감이 할아버지를 위해 남긴 선물이라면, 워낭소리는 이름없는 소가 흙으로 돌아가며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다.